국제2015. 6. 29. 14:11



5개월 넘게 이어져온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사이의 줄다리기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협상에서 그리스 측은 부채 탕감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채권단은 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대신 구제금융 금액을 늘리고 6월 만료되는 구제금융 시한을 11월까지 5개월 연장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채권단이 제시한 새로운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오는 7월 5일 국민투표에 부쳐 결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voakorea.com)



채권단의 요구는 그리스 정부에 연금 지출 삭감과 지하경제 축출 등 강력한 긴축정책과 경제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요구사항을 이행할 여력이 없는 듯 합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27일 연설에서 "채권단이 최후통첩을 하며 5개월의 힘든 협상을 끝장냈다"며 사실상 국민들에게 내달 5일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29일)에는 일시적으로 ATM을 통한 현금 인출을 중단할 예정이며, 일일 인출 금액은 60유로(7만 4천원)로 제한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사진 : theblaze.com)


이와 같은 정부의 발표에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곳은 다름아닌 그리스 내 경제인데요, 그리스 국민들은 은행의 지급불능사태를 우려해 27일 하루에만 5억 유로를 인출하는 등 대규모 뱅크런(#1) 사태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리스 가려면 현금을 미리 뽑아서 가야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그리스 재무부는 "외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소지자는 현금인출 제한을 받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많은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예상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을 거절하게 되면 그리스가 발행한 국채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에 상환해야 할 수십억 유로의 부채를 갚지 못하게 될 전망입니다. 디폴트를 선언한 후에는 통화 정책 등의 이유로 유로화를 버릴 가능성, 즉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그렉시트)하는 시나리오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스가 겪는 재정위기에 주변 유럽 국가들은 물론 세계 주요국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그리스의 위기가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주변국들의 은행이 돈을 되받지 못하면 그 규모에 따라 도산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그리스의 국가부도 위기는 전세계적인 투자 위축 현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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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뱅크런(Bank run)은 은행이 대출해 준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 행위에서 손실을 입어 부실해지는 경우, 은행에 돈을 맡겨 뒀던 예금주들이 은행이 파산할 것을 우려해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뜻합니다.


Posted by Rea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