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15. 5. 4. 07:21



'지중해' 하면 떠오르는 나라 그리스, 여행객들에게는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경제 상태는 완전히 사정이 다릅니다. 청년실업률이 60%에 달하며, 이른바 유럽 국제 채권단 '트로이카'로 불리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은 구제 금융의 액수가 자국의 한 해 GDP보다 많습니다.

그리스 사태의 원인으로는 GDP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관광업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의 여파로 어려워진 것과 무리한 유로존 가입으로 그리스의 통화가치가 평가절상(#1)되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역시 둔화된 것이 꼽힙니다. 또한 1980년대 사회당이 집권한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해 온 과도한 복지 정책과 노동자 권익의 비대화, 공공부문 부패, 막대한 규모의 지하경제(#2)로 인해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약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급받았지만 그 조건으로 약속했던 국가 부채 축소 등의 조항을 이행하지 못해 채권단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입니다. 채권단이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자 국가 재정이 바닥나 당장 오는 12일 IMF에 지급해야하는 7억 7천만 유로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채권단과의 협상 역시 그리스의 강력한 구조 개혁을 조건으로 추가적인 구제 금융을 받는다는 내용이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군요.

이처럼 그리스가 계속해서 채권단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국가 경제의 근본 체질이 바뀌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채권단이 요구하는 사항들은 그리스의 현 정권인 급진 좌파 시리자 당의 공약과 반대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오히려 협상 결렬 시 유로존을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지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거나 유로존을 탈퇴할 시 유럽 경제는 물론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세계 경제의 '뇌관'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하는데요, 외국인 투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경제 특성 상 그리스 사태가 우리나라 경제에까지 일시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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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기 유로화의 가치는 유로존 가입 국가들의 통화 가치의 평균으로 책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낮았던 그리스의 통화가치는 오르게 되었습니다.

#2. 지하경제란 탈세를 비롯하여 정상적으로 보고되지 않는 경제를 의미합니다. 그리스의 지하경제는 GDP의 25%에 육박해 미국의 7%, 프랑스의 11%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Posted by Reasy